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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말들 - 은유
    2019. 11. 24. 16:12

    다가오는 말들 - 은유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라디오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글 잘 쓰는 법을 주제로 은유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은유작가님이 자신을 소개할 때 자기는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스터디셀러 작가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자신의 책을 처음 본 독자들이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을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며 작가로서 자긍심을 드러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은유 작가님의 책을 한 번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도서관에 다가오는 말들이란 책이 있어서 바로 빌려서 읽어보았다!

     은유 작가님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읽고 들었던 말들을 소재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짤막한 글들로 엮은 책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 중심적이 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진다. 나의 가치관을 깨부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내가 옳다고 믿었던 신념이 부정당하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만의 세상에 갇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만 가진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 책은 '책 읽기를 좋아하나 편견이 많던 한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가는 성장의 기록이자 그러지 못했던 날들의 반성문이다. 나에게서 남으로, 한발 내디뎌 세상과 만난 기록'(p.10)이다.

     

    인권강의에서 만난 한 청소년은 이런 말을 건넸다. " 누가 작가님에게 여성이 글도 쓰고 대단하다고 말하면 어떻겠습니까?" 강의 중에 나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얘기하면서 요즘 친구들 정말 생각이 깊고 훌륭하더라고 말했는데, 그 내용을 문제 삼았다. 청소년을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 훈육의 대상으로 낮추어보는 시선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말이었다. p.7

    이 구절을 읽으며 나도 반성 하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자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나는 좋은 뜻으로 타인에게 건넨 말이 누군가에겐 불편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 "여자치곤 ~~잘하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할 게 당연할텐데.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가 되어야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 확실함으로 자기 안에 갇히고 타인을 억압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싶다.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p.19

     

     "영화 보고 나서 눈물까지 흘리셨잖아요, 조용히 감동을 안고 가야 하는데 제가 괜히 방해한 거 아니에요?" p.27

     

    내게 사랑은 나 아닌 것에 '빠져듦' 그리고 '달라짐'이다. 우연한 계기로 엮여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면서 안 하던 짓을 하거나 하던 짓을 안 하게 되는 일, 연애가 그랬고 공부가 그랬다. 이전과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계기적 사건이 사랑같다. p.87

     

    내가 아는 공감 방법은 듣는 것이다. 남의 처지와 고통의 서사를 듣는 일은 간단치 않다. 자기 판단과 가치를 내려놓으면서 가령 '왜 이제 말하느냐' 심판하는 게 아니라 왜 이제 말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해하려 애쓰면서, 동시에 자기 경험과 아픔을 불러내는 고강도의 정서 작업이다. 온몸이 귀가 되어야 하는 일. 얼마 전 본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당신이 할 말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들을 준비를 할 거예요."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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