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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2019. 8. 22. 18:45

    유튜버로 활동 중이신 박막례 할머님. 내가 박막례 님을 알게 된 건 아마 국수 레시피를 통해서일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박막례 할머니는 유쾌하신 분이고 손녀와 같이 유튜브를 하니 부럽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책을 읽고 박막례님의 다사다난한 인생사와 가치관 등을 엿볼수 있어 좋았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남편 잘못 만나 끊임없이 고생만 했던 박막례 님. 그러던 중 70세에 치매 위험 진단을 받게 되자 손녀 김유라 씨가 할머니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머니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호주 케언즈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호주 여행을 하는 동안 찍은 영상을 할머니가 보기 쉽게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 인생을 바꿔줄 터닝포인트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책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김유라씨가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할머니와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내 기준에서 이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친할머니든 외할머니든 나는 둘이서 여행을 갈 만큼 각별한 애정이 있지도 않다. 왜 나는 할머니들과 애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우선 친할머니는 엄마의 고된 시집살이를 제공해 준 대상이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두 분 다 손자와 손녀를 차별했기 때문에 애정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와 친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박막례님이 시집살이를 시키지 않고 손자와 손녀를 차별하지 않은 좋은 사람이었기에 김유라씨와 같이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청춘이 용기라면, 할머니는 아직도 청춘이다. 모래 언덕에서 할머니는 용감하게 모래 보드를 탔다.

    일상을 벗어나면 매 순간이 도전이 된다. 첫 시도에 잘되지 않을지라도 할머니는 물 한 모금 들이켜고 벌떡 일어나 다시 도전한다. 멋지게 보드를 타고 모래 언덕을 가른다.

    "별거 아니구먼. 나 처음에 겁먹었는데 별거 아니구먼."

     

    할머니도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할머니 말로는 할아부지를 만나서 인생이 바뀌었단다. 할아부지가 하도 '나쁜 놈'이어서 집을 나갔고 할머니 혼자 삼남매를 키워야 했다. 어릴 때부터 엿장사, 떡장사, 안 해본 게 없었다. 그러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 나 혼자 자식새끼 셋을 키울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여행이 거듭될수록 할머니는 잊고 살던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긍정으로 가득 찾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그 시절의 자신을.

     

    "야, 다친 것도 추억이여. 이런 건 영광의 상처다. 내가 도전하려고 했다가 생긴 상처라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할머니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 타봤으니까 계모임 친구들에게 이게 왜 X 같은지, 왜 타지 말아야 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해봤으니 그걸로 만족이라고 했다.

     

    늘 내일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기대도 해보시기를.

     

    인생은 새옹지마, 권선징악이라는 말. 어쩌면 뻔한 말이지만 이 뻔한 말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희망을 준다면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이 힘들었다면 내일은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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