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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희 - 항구의 사랑
    2019. 8. 21. 23:28

    항구의 사랑, 김세희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2000년대 초반 그 시절 유행했었던 팬픽.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대상으로 동성커플을 탄생시킴으로써 여학생들에게 유행한다. 그 당시 어려서 아이돌, 팬픽, 동성간의 사랑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보수적인 우리 나라에서 동성애가 유행했다는 게 새삼 놀랍고 신기했다.

     

    항구의 사랑은 김세희님의 자전적인 소설로 자신의 고향인 목포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작가가 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여자 세명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다.

    남자 흉내를 내며 여자 아이와 사귀는 아이가 된 인희, 적당한 수준의 친구가 아닌 그 이상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알려 준 성숙한 친구 규인 ,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연극부 민선선배가 그들이다.

    목포를 떠나 대학교를 서울로 가게 되면서 여고생 시절 동성간의 사랑은 배제된 채 이성간의 사랑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시간이 지나고 그 시절 그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그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남자들을 아주 좋아했다.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고 해서 나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한때 어찌어찌 일어난 일, 이제는 지나간 일로 여겨졌다. 나는 그때 일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몰랐다. 그 일들이 새로운 세상에 맞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난 남자를 너무 좋아해서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여자조차 한 여자에게 가장 커다란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새로운 세상에 맞지 않았다. 분명 존재했으나 오래전 까마득히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는 대륙에 관해 생각해 볼 때처럼. 6년간 본 것들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다. 그 엄청났던, 소녀들의 사랑하려는 욕구.

     

    감정에 예민하고 성에 대한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한 사춘기. 그런 시기에 동성애가 유행했으니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유행에 휩쓸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진짜 사랑을 나누던 이도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동성 간의 사랑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다가 대학생이 되자 그 시절에 했던 사랑을 부정하고 숨기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정한 정상의 범주 즉, 이성애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가 디폴트인 사회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정의 이름으로 떠나보낸 감정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 인희라는 친구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아마 점점 입을 다물게 되었을 거예요. 어딘가에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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